[칼럼] 유니콘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작은 브랜드들이 함께 크는 법 (류푸름의 스타트업 레이더)

202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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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브랜드 하나, 작은 반찬 브랜드 하나가 수십억 원의 투자를 받는다면 어떨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색했던 이 장면이, 요즘 벤처투자 시장에서는 제법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벤처캐피탈(VC)의 투자는 본래 평균의 성공이 아니라 소수의 압도적 성공이 펀드 전체를 좌우하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빠르게 커지고, 한 번에 회수될 수 있는 테크 스타트업이 늘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 논리가 이제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도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패션·뷰티·F&B·홈리빙 분야에서 대형 플랫폼과 브랜드 기반 스타트업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라이프스타일 스타트업도 스케일업과 엑싯이 가능한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소비재’, ‘커머스’, ‘유통’이라는 넓은 범주의 하위 항목으로만 다뤄져 왔던 영역이, 이제는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카테고리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라이프스타일 스타트업의 성장 방식은 테크 스타트업과 같지 않습니다. 기술 기반 기업이 특허·알고리즘·R&D 역량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는다면,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는 브랜드 가치, 유통 채널, 고객 접점과 재구매 구조, 플랫폼 시너지가 성장 동력으로 더 크게 작용합니다. 같은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어도, 그 안에서 벌어지는 게임의 룰은 꽤 다릅니다.

그런데 ‘입점 이후’가 비어 있다

문제는 게임의 룰이 다른데 게임의 인프라는 한쪽에 더 잘 갖춰져 있다는 점입니다. 테크 스타트업은 액셀러레이터, 시드 라운드, 시리즈 A·B·C, 그리고 그 끝의 IPO 혹은 M&A라는 로드맵에 따라 J커브를 그리며 성장합니다. 그러나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본질은 매각보다 연속 운영에 더 가깝습니다. 오래, 자주, 천천히 살아남는 일이 곧 성공입니다.

이 차이는 정책의 사각지대를 만들었습니다. 이 라이프스타일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플랫폼 위에서 사업하는 ‘디지털 상공인’이기도 합니다. 지난 몇 년간 국내 디지털 상공인 정책은 ‘입점 지원’에 집중되어 왔습니다. 플랫폼에 어떻게 들어가게 할 것인가에 답하는 동안, 입점 이후 어떻게 키울 것인가는 정책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습니다. 국민대 플랫폼SME연구센터가 2024년에 추산한 바에 따르면,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는 상공인은 약 170만 명으로 전체 소상공인의 4명 중 1명꼴입니다. 문제는 이만큼 큰 현장에 비해, 입점 이후의 성장기를 받쳐 줄 인프라가 아직 얇다는 점입니다.

작은 브랜드는 모여서 푼다 — 해외의 ‘형식’

해외에서는 이미 작은 브랜드들이 ‘혼자 각자도생’하는 대신, 박람회·미디어·협회·교육 프로그램을 묶어 자기들만의 생태계를 만들어 왔습니다. 미국의 인디 뷰티 엑스포(Indie Beauty Expo)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인디 뷰티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았던 대표적 박람회였고, 뷰티 인디펜던트(Beauty Independent)는 지금도 독립·신흥 뷰티 브랜드를 대상으로 뉴스, 인사이트, 교육성 콘텐츠와 산업 이벤트를 제공합니다. 최근에는 BITE와 같은 후속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 리테일러, 투자자, 서비스 제공자가 만나는 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 사례들은 작은 브랜드들이 만나는 자리에서 ‘공통의 의제’가 만들어지고, ‘서로의 노하우’가 옮겨 가며, ‘업계 전체의 목소리’가 정리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박람회는 그 형식이 한 해에 한 번 가시화되는 자리일 뿐, 생태계는 평소에 굴러가는 미디어, 교육, 네트워킹, 협회 활동의 루프 안에서 만들어집니다. 한국이 참고할 것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이 ‘형식’입니다..

안으로: 함께 살아남는 세 조건

그렇다면 라이프스타일 영역의 협력 구조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요. 이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자기 영역을 설명할 공통의 언어입니다. 재구매율, 단골 비중, 객단가, 콜라보 매출처럼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나 ‘다음 라운드 밸류에이션’으로는 잡히지 않는 라이프스타일만의 지표가 정리돼야, 정부·플랫폼·언론이 같은 언어로 사업을 이해하고 정책과 지원도 만듭니다.

둘째, 한 사람의 노하우가 옆 가게로 옮겨가는 학습 루프입니다. 광고 단가 협상, 물류 계약, 해외 진출 첫 발판 같은 정보가 정기 발표 자리, 케이스 스터디 혹은 온라인 커뮤니티 같은 소박한 장치로 모여야, 입점 이후의 성장이 ‘개인기’가 아닌 ‘업계의 자산’이 됩니다.

셋째, 플랫폼 안팎의 자원을 함께 쓰는 연결망입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성장은 플랫폼 입점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검색·결제·마케팅 인프라 위에 콘텐츠, 물류, 광고, 데이터, 해외 진출 파트너가 결합될 때 더 긴 성장 경로가 만들어집니다. 식품 셀러와 패션 셀러, 글로벌 경험자와 국내 단골 운영자가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각자의 성장 단계에 맞는 플랫폼 활용법과 외부 자원을 연결할 수 있어야, 협력 구조가 살아납니다.

밖으로: 바깥의 자원과 시장으로 넓혀간다

그런데 연대가 안으로만 향하면, 함께 살아남기 위한 조합에서 멈추기 쉽습니다. 자생(自生)이란 결국 보조금이나 한 플랫폼의 호의에 기대지 않고도 스스로 굴러간다는 뜻이고, 그러려면 안에서 서로 돕는 힘만큼이나 밖의 자원을 함께 끌어오는 힘이 필요합니다. 작은 브랜드가 혼자서는 좀처럼 닿기 어려운 세 가지가 있습니다. 투자, 글로벌, 그리고 AI입니다.

먼저 투자입니다. 벤처캐피탈이 초기 라이프스타일 스타트업을 무엇으로 평가하는지, 지금 글로벌 자본이 어디로 흐르고 무엇이 주목받는지는 혼자 감을 잡기 어렵습니다. K뷰티 신기술과 유망 브랜드에 100억 원대 베팅이 이어지고, 흩어진 D2C 브랜드를 묶어 키우는 ‘브랜드 애그리게이터’에까지 초기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정작 초기 사업자가 투자 유치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들어가기 전에 무엇을 먼저 갖춰야 하는지를 일러주는 자리는 드뭅니다.

다음은 글로벌입니다. K뷰티와 K푸드의 인기를 타고 작은 브랜드에도 해외에서 먼저 손을 내미는 일이 늘었지만, 어느 시장부터 어떤 채널과 규제를 거쳐 나가야 하는지는 혼자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통관과 현지 결제, 물류, 표시·인증 기준처럼 국내에서는 겪지 않던 문턱이, 한 번이라도 내보내 본 브랜드의 경험 앞에서는 한결 낮아집니다.

마지막은 AI입니다. 거창한 도입이 아니라, 퍼포먼스 마케팅과 고객 데이터 분석, 재고 관리와 응대처럼 현업의 어느 단계를 자동화하고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의 문제입니다. AI는 이제 대기업이 아니라 1인 셀러도 손에 쥘 수 있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투자도 글로벌도 AI도, 혼자 검색해 익히는 것보다 먼저 겪어 본 누군가의 경험에서 더 빨리 배울 수 있는 영역입니다. 그래서 밖을 향한 연대가 필요합니다.

마침 이런 흐름을 실험하는 자리가 있습니다. 이번에 뷰티·패션F&B 셀러 등 디지털 상공인의 네트워킹 모임에 투자자·스타트업 관계자가 모여서 투자와 글로벌 진출, AI를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디지털 상공인의 네트워크가 안에서 바깥으로 자원과 접점을 넓히려 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작은 브랜드의 연대는 이제 안에서 노하우를 나누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바깥의 자원까지 함께 끌어와야 합니다.

누가 이 판을 함께 짤 것인가

공통의 언어와 학습 루프, 연결망은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디지털상공인연합도 그런 빈자리를 메우려는 시도 중 하나입니다. 디지털 상공인이 서로의 경험을 공통의 의제로 바꾸고, 그 의제를 바깥의 투자자·기술기업·정책 담당자와 연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필자도 준비 과정에 일부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밝혀둡니다.

유니콘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성장 경로는 다르지만, 성장은 더 이상 혼자 해내는 일이 아닙니다. 네트워크와 노하우, 투자유치와 글로벌 진출, AI 도입이 함께 맞물릴 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도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중소기업신문(http://www.smedaily.co.kr)

기사 원문 링크 : https://www.sme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8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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